불륜에도 심리학적 요인이 작용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책에서는 불륜에 따른 여러 구체적 사연들을 보여주고 있다. 인용한 사연들 덕분에 다양한 이야기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심리학적 배경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 책에서는 불륜을 '그늘 속의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다. 잘 빗댄 표현 같았다. 그늘 속의 사랑, 불륜의 심리학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일생일대의 사건을 뜻하는 라이프이벤트 연구에 따르면, 삼각관계 때문에 파트너를 잃을 뻔한 경험은 인생을 변화시키는 두 번째로 큰 부담스러운 라이프이벤트에 속한다고 한다. 일생일대의 사건 목록에서 첫 번째 순위를 차지한 것은 파트너의 사망이었지만, 그다음에 이어지는 것은 모두 아래처럼 삼각관계와 연관된, 특히 배신당한 쪽의 상황들이었다."
정말 놀라웠다. 인생을 변화시키는 일생일대의 사건 두 번째가 삼각관계로 인한 배신의 경험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삼각관계,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는 흥미로운 소재로 사용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특히 배신당하는 쪽의 경우에는, 삶에 급진적인 영향을 줄 정도로 큰 변화를 주기도 한다. 연구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엄청 부담스러운 사건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현실에서 삼각관계를 비롯해 여러 형태의 배신의 경험을 당하게 되면 정신적 충격이 큰 것 같다. 내 경우만 생각해 보더라도 매우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에게 배신의 경험을 당했을 때 한동안 충격감에 헤어 나오지를 못했었다. 오랜 시간 아파했었고 그 이후로도 종종 힘들어했었다. 이러한 점들을 생각해 보면 한때 사랑했던 사람, 무척 사랑했던 사람을 통한 배신의 경험은 그 강도가 엄청날 것으로 생각된다. 정신적인 충격, 그에 따른 타격감이 막대할 것으로 생각된다.
"젊은 여성이 자기보다 현저히 나이 많은 남자와 관계를 맺을 때, 돈이 논거가 되는 건 확실하다. 그러나 남자의 나이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남자의 나이 '때문에' 관계를 맺는 사람도 많다. 젊은 여성은 연령 차이 덕분에 자책감은 갖지 않고 그에게 종속되어도 되기 때문이다."
"나이와 경험과 명성의 콤비네이션은 젊은 여성들이 그에게 성적으로 응하는 것을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도록 하는 '허용' 조건이 된다."
젊은 여성이 또래 남성을 만나지 않고 연상의 능력 있는 남자 혹은 나이 많은 남자를 만나는 심리가 종종 궁금했었다. 덕분에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사람의 심리를 알 수 있었다. 그러한 사람을 만나는 그들의 심리적인 요인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정말 신기한 것 같다.
"밀애는 한계가 분명한 자극 전달제요, 한바탕 정열적인 연극을 한 듯 자부심과 정체성은 물론이고 나아가 삐걱거리던 부부관계까지도 일정 기간 안정을 되찾게 하는 감정의 무대에 불과할 때가 많다."
도덕적 관념을 뒤로하고 누군가와 은밀한 만남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짜릿한 자극을 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더라도 밀애하는 장면은 집중해서 보게 만들고 작품의 몰입도를 순식간에 높여준다. 이를 현실에서 펼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자극 전달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끝이 좋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바탕의 연극도 언젠가는 막을 내리듯 그 수명을 다하는 때는 오기 마련이다. 감정의 무대, 어쩌면 밀애는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뜨겁고도 특별한 무대가 아니라 어느 때라도 불이 꺼질 수 있는 평범한 무대일지도 모른다.
"옛 애인과의 섹스는 거의 예외 없이 복잡한 사연이 얽혀 있다. 처음부터 그것을 겨냥했던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마술을 써서 이미 망가진 관계를 회복시키려 했다는 걸 한순간에 깨닫게 된다. 옛 애인과 나누는 섹스 저변엔 재결합에 대한 꿈이 있을 수 있지만, 그 꿈이 깨질 경우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결별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섹스를 통한 재결합 시도는 거의 언제나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옛 애인에 대한 추억'은 그냥 추억 자체로 덮어두는 게 현명하다."
종종 헤어진 연인끼리 재회한 후 제대로 된 재결합이 아니라 성적 도구로 전락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전여친이라는 이름으로 가장한 성적 파트너, 전남친이라는 이름으로 가장한 성적 파트너를 두고 그들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과거 사랑했던 추억을 상기시키면서 자기 행동을 애써 합리화하며 그러한 관계를 오랜 시간 지속하기도 한다. 정말 최악인 것 같다. 진심으로 최악인 것 같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왜 그러한 관계를 맺는지 모르겠다. 옛 애인과의 섹스, 복잡한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헤어졌으면 그러한 사연도 추억으로 묻어두는 것이 다음 상대에 대한 예의이다. 왜 이를 모를 수가 있을까.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것일까.
"떠받드는 것은 완벽한 관계의 표현이 아닌, 결핍의 표현이다. 거기서 초래될 감정은 행복이나 고마움이 아닌, 불쾌함이다. 마지막으로 에너지를 쏟아붓는다고 해서 원하는 친밀함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줄어들어야 할 거리감만 반대로 더욱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
상대를 떠받는 것이 완벽한 사랑의 표현이 아니라 결핍의 표현이라는 말이 너무 공감되었다. 상대를 떠받드는 것은 상대를 지나치게 사랑하는 마음도 있지만 자신이 해준 만큼 해달라는 보상심리도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 내면에 숨어 있는 결핍을 충족하고자 하기 위함도 있다. 너무 공감되었다. 감정의 에너지를 누군가에게 쏟아낸다고 해서 친밀감이 무조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리감을 키울 수도 있다는 것 역시 공감되었다. 사랑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가 그런 것 같다. 감정이 비례하듯 친밀함도 커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뭐든 적당한 게 좋은 것 같다. 친하더라도, 너무 사랑하더라도 적당하게 상대에게 마음을 비추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행복한 어린 시절을 갖는다는 것은 그 어느 때라도 결코 늦는 법이 없다고. 이 말에 기대어 우리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다시금 자신감을 일깨우거나 완전히 새로운 자신감을 구축하는 것은 어느 때라도 결코 늦는 법이 없다고."
책 내용을 떠나서 그냥 너무 좋았다. 행복한 어린 시절을 갖는다는 것은 어느 때라도 늦는 법이 없다는 말이 너무 예뻤다. 예쁜 말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뒤돌아보면 지나온 과거 모두 어린 시절이었다. 그래서 늦는 것은 결코 없었다. 이를 알게 된 것이 참 다행이다.
"우리는 모두 정절을 동경하면서 내심 오직 한 사람에게만 모든 것을 다 바치고 또 그에게서 모든 걸 다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남성과 여성, 진보와 보수로 구분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은 파괴되지 않는 안전한 상태를 갈구한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현실로 이루어지기 힘들다."
오직 한 사람에게만 모든 것을 바치고 모든 걸 얻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그러한 관계가 현실에서 이루기 힘들다는 것이 참 씁쓸했다.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막상 글자로 다시 마주하니 씁쓸함이 저절로 생겨버렸다. 한 사람과 평생을 약속한다는 의미로 많은 사람이 결혼한다. 하지만 요즘 많이 느낀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죽을 때까지 이어간다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 사람이 현실에 있다면 정말 존경한다. 그들의 노력과 서로를 향한 마음과 강한 신뢰, 굳은 지조에 깊은 존경을 표하고 싶다.
"복수도 가끔은 좋을 때가 있지만, 용서가 더 달콤하다."
배신의 경험을 겪은 후 그들에게 전한 작가의 메시지였지만 이는 삶에서도 중요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복수, 삶을 살아가다 보면 누군가를 향한 복수심은 한 번쯤 품게 되는 것 같다. 현명한 복수는 통쾌함을 선물해 주지만 그렇지 않은 복수는 자신을 옭아매기도 한다. 무엇보다 복수는 현명하게 하기가 무척 어렵다. 감정이 항상 들어가기 마련이고 분노를 동반하는 복수는 인간이 조절하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현명하게 하기가 정말 어렵다. 결국 누군가를 복수하겠다는 마음은 자신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을 용서하고 자기 삶을 살아가는 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다. 복수보다 용서가 더 달콤할 수 있다. 그들이 아닌 나를 위해서.
"아내의 성적 매력은 대부분 6년에서 9년 사이에 최저치에 이르는데, 이것은 남성의 나이와는 상관없이 나타는 현상이다. 여성의 경우 남성 배우자에 대해 성적 관심을 잃는 현상은 좀 더 늦게 나타난다. 결혼 10년 차부터는 여성들의 욕구 역시 급격히 감소한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육체적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는 것이 씁쓸했다. 남성과 여성이 시간적 차이를 보이지만 결국 모두 사랑하는 사이였어도 성적 매력의 유효기간에 따라 감소한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그래도 서로를 향한 마음이 있다면 이는 충분히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굳이 육체적 사랑이 아니더라도 정신적 사랑이 주가 된다면 더 깊은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느낀 점
해마다 보는 것이 있다. 인구통계자료를 본다. 자살률이나 혼인율, 출산율 그 밖에 여러 통계자료를 보곤 한다. 세부적인 원인에 따라 나눈 자료를 보거나 월별이나 일별로 나눈 자료들을 보면서 신기해하곤 한다. 볼 때마다 제일 신기한 것은 혼인율과 이혼율이었다. 해마다 많은 사람이 결혼해도 그중 반은 이혼한다는 말을 은연중에 들었어야 했는데 실제로 그러했다. 통계자료를 보면 실제로 반이 이혼한다. 가까운 주변을 보더라도 이혼한 부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혼, 그들의 자세한 내막을 알 수는 없지만 높은 비율로 불륜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의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로 불륜만큼 크게 이바지하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 불륜, 개인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행동 중 하나이다. 왜 불륜을 저지르는 것일까. 그들의 심리가 이해되지 않았다. 솔직히 이해하고픈 마음도 없다. 그냥 궁금했다. 왜 불륜을 저지르는 것일까. 도대체 왜?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심리, 불륜의 심리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불륜은 진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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