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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는 게 창피하다 - 김소민

by 굿조은 2023.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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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는 게 창피하다,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 이러한 말을 입 밖으로 꺼내 본 적은 없지만, 종종 이런 말을 품은 적이 있었다. 나름 사는 게 힘들어서, 내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내 삶이 부끄럽게 느껴진 적이 있었다. 새삼 그때의 내 모습이 떠올라 이 책을 읽어봐야 했다. 생각보다 내용이 알찼다. 이 책을 쓴 작가분은 한때 기자셨다. 덕분에 책이 수월하게 읽혔다. 작가분이 전한 메시지, 그에 따른 다양한 경험, 인생 얘기를 마주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가끔-사는-게-창피하다-김소민
YES 24

 

 

"내가 사는 길 건너편, 13평 임대아파트 사람들은 연탄을 때느라 겨울에도 창문을 열어둬야 했다. 길 저쪽 편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강남'이었다. 그 중간에 있던 초등학교를 다닐 때, 6학년 담임선생님은 '진짜 강남' 아이들하고만 빙 둘러앉아 점심을 먹었다."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아이들을 두고 그러한 차별 행동을 했다는 것에서 충격을 받아야 했다. 당시에 그러한 차별로 상처받았을 수많은 아이를 생각해 보니 슬픔이 올라오기도 했다. 정말 현명한 선생님,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도 복이다.

 

 

"내가 누군가를 욕하는 까닭은 내 안에 숨기고 싶은 바로 그 욕망을 상대에게 투사하기 때문이라고, 내가 갈망하는 것은 불안에서 나를 구해줄 구원자라는 내가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내 행복을 책임지기 두려워 당신을 비난했다고. 그 수많은 거짓말을 걷어내고 나를 마주 보고도 안아줄 수 있을까?"

 

 

  나 자신에게, 인생을 살아가는 주체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고 나아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이 구절은 읽으면서 잠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일순간에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여러 의문이 나를 찾아왔지만 확답은 마주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나는 저러한 생각과 의문을 되뇌며 나의 인생을 살아갈 것 같다. 

 

 

"내가 쓴 메일은 간단했다. "퇴사했습니다. 당분간 돈 못 갚습니다. 취직하는 대로 갚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는 딱 한 줄로 답 메일을 보냈다. "알았다." 어떻게 살 건지 묻지 않았다. 눈물이 철철 났다. 세 글자에 담긴 깊은 신뢰가 처음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구절은 읽고 눈물이 찔끔 나왔다. 정말 자식과 부모 사이, 부모와 자식 사이는 천륜을 저버릴 수 없게 하는 막강한 힘이 있는 것 같다. 오랜 직장생활 끝에 직장을 그만둔 자식의 모습에, 늦은 나이에 퇴사를 감행한 자식의 모습에 어떠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그 이유를 묻지 않고 선택을 존중하고 믿어준 부모의 모습에 저절로 눈물이 나왔다. 그저 알겠다는 말. 단순한 말이지만 그 어느 말보다 무겁게 느꼈다. 무겁게 느껴졌던 것은 깊은 신뢰 때문이었을까?

 

 

"로버트 거트만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1, 2층 저층 주거지 사람들이 고층에 사는 사람보다 친구가 세 배 많고 공동체 소속감을 더 느낀다고 설명했다."

 

 

  너무 공감되었다. 이와 더불어 엘리베이터를 언급한 것이 인상 깊었다. 고층 건물을 비롯해 고층 건물에 있는 엘리베이터가 층간 이동을 통한 우연한 만남의 여지가 줄어들게 하고 단절된 소통을 이끈다고 언급한 것이 와닿았다. 요즘의 주거환경은 공동체 공간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개인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집 마련은 무척 어렵고 등골 빠지게 하는 것도 모자라 소통할 수 있는 공동체 공간마저 앗아가고 있는 것 같다. 너무 씁쓸한 것 같다.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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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신분의 전쟁터 같을 때가 있다. 사소하고 짧은 순간에 신분의 증표를 꺼내 들어 권력관계를 확인한다. 모욕은 그 수단이다."

 

 

  신분의 전쟁터 같은 일상, 너무 와닿았다. 평등사회라고 많이들 말하지만 이미 사회 곳곳에는 보이지 않는 신분, 그에 따른 계급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그러한 계급에 좌절하고 우울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 종종 그 속에서 발버둥 치며 저항하는 사람이 있고 모욕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너무 씁쓸한 것 같다. 밝게만 보이던 세상이 점점 어둡게만 보이는 현실이 씁쓸한 것 같다. 

 

 

"모욕은 어쩌면 자기 불안을 감추는 수단일지도 모른다. 내가 너보다 높은 신분임을 매 순간 확인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거 아닐까. 왜냐면 이곳에선 '신분'에 따라 '목숨'도 모욕당하기 때문이다."

 

 

  여러 매체를 통해 노동자가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를 접하게 된다. 그들의 사고 앞에서, 더 나아가 그들의 죽음 앞에서 느껴야 하는 감정은 분노를 비롯해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 속에는 모욕감도 있다. 사람의 생명 앞에서 마주하게 되는 모욕감, 정말 비참한 것 같다. 

 

 

"공정한 척하는 불공정이 제일 불공정하다. 약자에게 실패의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뼈 때리는 말 같았다. 현 사회를 관통한 말 같았다. '공정한 척하지만, 사실은 불공정한 세상', 우리가 사는 세상을 통칭하는 말 같았다. 뒤에 있는 거대한 배경과 자본 그리고 인맥, 일반인은 쉽게 얻을 수 없는 고급 정보 등을 고려하지 않고 실패의 원인을 오로지 노력의 부족으로 전가하는 그들의 말이, 그저 약자에게 그러한 책임을 묻는 것이 슬픈 일인 것 같다. 때로는 노력해도 올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은 대부분 약자이다. 세상은 약자가 대다수다. 강자는 소수일 뿐이다. 씁쓸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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