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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티 블루 37.2(1986) 줄거리 결말 해석

by 굿조은 2024.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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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티-블루-37.2-줄거리-결말-해석

 

  몇 년 전에 보고 이번에 다시 봤는데 다시 봐도 충격적이었다. 그들의 사랑이, 그리고 그 끝이 충격적이었다. 영화의 수위는 말할 것도 없다. 청소년 관람 불가라는 말에 충실하다. 오히려 넘치는 것 같기도 하다. 남자와 여자의 육체가 적나라하게 다 나오고 특히 남자주인공은 나체로 잘 돌아다닌다.

 영화의 내용은 서른 살의 작가 지망생인 남주가 어느 날 매우 관능적인 여주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홀린 듯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순식간에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곧 삶의 무료함과 지루함을 느끼게 된 여주는 남자주인공의 글을 우연히 발견하고 그의 재능을 밀어주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그녀가 꿈꾸는 대로, 그녀의 뜻대로 남자주인공의 글이 출판사에 먹히지 않자 그녀는 우울감에 빠지게 된다. 인생이 뜻대로 되는 게 하나 없다며 폭주하게 된다. 더불어 여주는 아이를 못 갖게 되자 정신을 놓게 된다. 결국 자신을 해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자신의 한쪽 눈을 파며 자신을 해하던 여주는 끝내 의식불명에 빠지게 된다. 

 완벽한 치료법을 발견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 앞으로 그녀가 병을 치료하기 위한 온갖 약과 독한 치료를 받게 되자 그는 결국 그녀가 편하게 죽음을 마주할 수 있도록 그녀의 목숨을 앗아가게 된다. 그녀를 보내준 후 그는 그녀의 뜻대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묵묵히 글을 쓰게 된다. 그리고 끝내 출판 제안과 더불어 글을 인정받게 된다. 마침내 그는 자신의 글을 쓰며 살아가게 된다. 

 37.2℃,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남녀의 체온, 여자가 임신할 수 있는 적정 온도라고 한다. 숫자가 지닌 뜨거움처럼 그들의 사랑은 격정적이었고 서로를 향한 감정이 항상 넘쳐났다. 너무 지나쳤기 때문일까? 그들의 끝은 너무 어둡고 파멸적이었다. 결국 그녀의 죽음까지 마주해야만 했다. 지나친 사랑의 끝이 둘 중 한 명의 죽음이라면 사랑이 과연 그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여러 의문이 들기도 했었다.

 젊었을 때 남주와 여주, 베티와 조그처럼 열정적인 사랑, 그저 생각만 해도, 떠올리기만 해도 낯 뜨거운 사랑을 한 번쯤은 해봐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들의 결말처럼 그러한 사랑의 끝이 좋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때문에 평균 온도를 넘은 사랑의 최후가 조금이라도 안 좋을 가능성을 담고 있다면 글쎄다.

 내 입장에서는 조금은 두렵다. 어쩌면 그러한 사랑을 하는 것이 매우 두려운 것 같다. 아직은 그러한 사랑의 온도를 마주할 용기가 없는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그들의 모습과 끝이 아름다워 보였던 순간이 없었던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로 영화를 보는 내내 그들의 모습과 사랑에 불안을 느껴야 했고 걱정을 삼켜내야 했다. 그래서 중간중간 보이던 그들의 뜨거운 사랑에도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느낄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남주의 입장에서는 그녀와의 사랑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빛을 마주하게 된 자신의 꿈, 글을 쓰는 작가의 꿈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의미로 전해지든 간에 그녀는 그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성장을 이루게 한 은인이었던 사실은 변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주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너무나 안쓰럽다.

 사랑만 하다 가버린 인생, 사랑했던 남자만을 바라보다 죽음을 마주한 인생, 그녀의 인생을 이런 식으로 말하고 싶지 않지만 보면서 느끼고 마주한 그녀의 삶은 이러했다. 너무 안타까웠다. 뭐가 그리 불안했는지, 항상 뭐가 그리 초조했는지, 그리 우울했는지, 화가 났는지, 그녀의 모습에 의문을 가지다가 그 끝에는 연민이 들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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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시작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각자의 온도, 서로의 온도를 마주하게 된다. 베티와 조그처럼, 아니 그들보다 더 뜨거운 온도를 마주할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조심해야 한다고 매 순간 생각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선에서 그러한 사랑의 온도를 받아들였으면 한다. 뜨거운 온도를 무심코 받아들이려다 화를 보기 십상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를 알아도 좋아하는 상대 앞에서, 무척이나 떨리고 설레는 상대 앞에서 그 온도를 거부할 수가 없다. 마주하기만 해도 뜨거워지는 상대 앞에서 그 뜨거움을 외면할 자신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한 번은 그러한 온도를 마주하고 만지게 된다. 그래도 모두가 자신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대보다는 자신을 더 아끼고 사랑해 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더욱 잔잔하고 길게, 오래도록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곁에 머무를 수 있다. 그 사람과 사랑을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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