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너를 다시 만난다, 책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무작정 읽어보았다.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작품 전개에 있어서 지루함이 없었다. 흡입력 있게 책을 읽어나가야 했다. 너무 재밌게 읽은 소설책이다. 줄거리를 아주 간략하게 얘기해 보자면, 가바타 렌지는 1999년에 야구 시합 도중 머리에 공을 맞고 정신을 잃게 된다. 당시 그의 나이는 11살이었다. 하지만 그가 병원에서 깨어났을 때는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2019년이었다. 그는 눈을 뜨자 자신이 31살이 된 모습에 큰 충격에 빠지게 된다.
더불어 약혼자라고 말하며 그의 앞에 나타난 니시조노 코하루가 뜻밖의 말을 하게 된다. 11살의 가바타 렌지의 의식이 20년이 지난 31살 가바타 렌지의 몸에 들어온 것처럼 31살 가바타 렌지의 의식은 20년 전인 11살 가바타 렌지의 몸에 들어가 있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바타 렌지는 코하루의 부모님이 살해당했던 사건의 진범을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의식이 뒤바뀐 자신의 운명을 통해 살인사건의 진범을 밝히고자 고군분투하게 된다.
마지막에 밝혀진 범인의 정체에 놀랍기도 했었다. 무엇보다 의식이 돌아온 후 그녀의 곁을 끝까지 지키고 그녀와 함께하려는 가바타 렌지의 모습에 감동하기도 했었다. 흥미진진한 장편소설, 시간여행 소설을 접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관측한 사실이 많을수록 그 미래를 향해 수렴해 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부정할 수 없지. 그러면 바꾸고 싶은 미래의 강도가 세질 테니까, 그냥 불확실한 채로 있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네."
"모르겠어. 과거로 돌아가서 운명을 바꾼다면, 그러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자신도 없어지는 거잖아. 그럼 운명을 바꾸는 주체가 없어지는 거니까 결국 바꿀 수 없게 되겠지. 왜 '타임패러독스'라고 하잖아. 그러니까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의 선택을 미래에서 후회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는 길 밖에 없는 것 같아."
"미관측 시간이란 오늘 저녁 이후를 뜻한다. 나의 어른 시절의 하루와 소년 시절의 하루의 교체가 끝나는 순간, 아무것도 관측되지 않은 백지 미래로 접어들게 된다. 범인이 잡히지 않은 관측된 현실이 종료되고, 범인을 잡을 가능성이 펼쳐질 미래에서 그들은 이 사건을 매듭지으려는 것이다."
"인생에서 스스로의 의지가 과연 어느 정도까지 개입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 그 의지조차 정말 내 것일까. 그런 생각을 했더니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나 자신은 대체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일까 고민이 된다고 코하루에게 말했다."
"누구나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눈을 감고 자신이 희망하는 미래를 생각하면 정말로 그렇게 되는 능력을.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 셋이서 행복한 가족이 될 것이다. 강하게 염원하면서 말하면 된다. 그러면 틀림없이 세상은 그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관측되지 않은 미래에서는 온갖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희망하는 세상이 꼭 찾아올 것이다."
느낀 점
관측된 미래, 뒤바뀐 의식으로 볼 수 있었던 미래에는 끝이 있었다. 관측되지 않는 미래에서는 예상할 수 없는, 미리 대비할 수 없는 일상을 살아가야 했다. 살인사건의 진범을 잡고 미관측 시간을 마주하며 삶을 살아가게 된 가바타 렌지가 끝까지 임신한 코하루와 함께 하려는 모습은 너무나도 감동적이었다. 마지막은 읽으면서 뭉클했다. 하지만 감동하기에 앞서 살인사건의 범인이 무척이나 충격적이기도 했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저절로 들 정도로 범인의 정체는 무척 가까운 곳에 있었다. 바로 코하루의 삼촌, 자기 부모가 죽고 난 후 유일한 가족이었던 삼촌이 범인이었다. 더불어 삼촌이 살인을 하고자 한 계기, 코하루의 아빠이자 자기 친형을 죽이려고 한 원인 또한 충격이었다. 로맨스물이지만 스릴러물처럼 느껴지기도 했었다.
가바타 렌지의 운명을 생각해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뒤바꾼 의식으로 새로운 사람을 마주하고 감정을 느껴야 했을 그의 운명이, 이미 정해진 운명의 굴레 속에서 답답함을 느껴야 했을 그의 삶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런데도 코하루와 함께 삶을 시작하려 하고 사랑을 지키고자 한 모습에 감동해야 했다.
삶도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소설 속 가바타 렌지처럼 일부 정해진 운명이 있는 우리의 삶, 이미 관측된 미래가 존재하는 삶이 있는 것 같다. 그는 시간여행을 통해 그러한 삶을 살아야 했지만, 현실 속 우리도 이러한 삶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는 것 같다. 시간이 창조해 낸 의식으로 살아가더라도 어느 정도 예상되는 삶. 그리고 무언가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나. 조금은, 아니 아주 많이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종종 마주하게 되는 예상할 수 없는 삶, 아주 가끔은 엇나가는 삶. 비슷한 것 같다. 예상대로 흘러가는 삶 같아도 예상할 수 없고 정해진 운명 하나 없어도 묶여있는 필연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삶은 현실 같고 소설 같은 것 같다. 그래도 이러한 삶에 큰 축복이 있다면 사랑이 아닐까 싶다. 그가 코하루의 손을 끝까지 잡고 사랑을 지키려 했듯이 자기 삶에 소중한 한 사람, 끝까지 지키고픈 사랑하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복인 것 같다. 종잡을 수 없는 삶을 지탱해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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