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은 꼭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길이 있을 수도 있는데 원하는 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실패했다고 단정 짓는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문이 닫힌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게다가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러니 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가 전혀 없다."
"지나친 이상화에서 벗어나야 나와 타인에 대해 좀 더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그래야 서로 감싸 주며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어쩌면 이 너그러움을 배우는 과정이 바로 진짜 어른이 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가 당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만들고 싶다면 그와의 관계를 풀기 위해 너무 애쓰지 말고, 거기에 쓸 에너지를 당신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썼으면 좋겠다. 기술을 연마하고, 실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서 그 사람 위로 올라가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그는 설령 뒷담화를 할지언정 앞에서 대놓고 당신을 함부로 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게다가 어떤 이유로든 당신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면 그것이야말로 당신을 지켜 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다."
"인간은 죽는다. 게다가 광대한 우주와 아득한 시간 속에서 바라보면 살다 간 발자국 하나 제대로 남기지 못하는 미미한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살아간다. 유한한 삶에도 불변의 가치와 무한한 의미가 있다고 믿으면서. 또 그것을 이해하고, 지키고, 후대에 남기려고 노력하면서 산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음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 경험한다. 또 누군가를 목숨보다 사랑했던 경험은 이 세상에 '나'를 초월한 어떤 가치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뿐만 아니라 사랑에 빠졌을 때의 합치감과 시간이 정지된 듯한 느낌은 우리의 한시적인 인생에도 영원성이 있음을 깨닫게 한다. 즉 유한한 삶에서 무한한 가치를 체험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감상
김혜남 작가분은 30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해오신 분이다. 그러다 22년 전 마흔세 살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게 되어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큰 변화를 마주하게 된다.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구절이 참 많았다. 누군가를 충고하고 싶다면 그를 내 생각대로 통제할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점, 그냥 가만히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난 후 조심스레 나의 의견을 말해라는 점, 그리고 그에 따른 결정은 그에게 맡기라는 점, 그가 설령 잘못된 길을 선택하고, 나중에 후회할지언정 그것은 그의 몫이라는 점에서 충고에 따른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충고, 한때 나 또한 내가 뭐라도 된 것처럼 누군가에게 충고해 본 적이 있었다. 나름 걱정되는 마음에 그들에게 충고를 건넨 것이었다. 각각 다른 모습이었지만 내 충고대로 움직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사람이 많았고, 듣고 이를 실천해 보겠다며 말만 해놓고 자기 페이스대로 그냥 가버린 사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의 충고는 그들에게 한낱 가벼운 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했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그럴 때마다 충고를 건넨 내가 우울감과 실망감, 속상함을 가져야 했다. 이 모든 것은 그들에게 충고하면서 환상을 가졌기 때문이고 기대를 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저 누군가에게 충고할 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의 의견을 전하기만 하면 나의 역할은 거기서 끝이었다.
그 이후로는 오로지 그들의 몫이었고 그들의 선택이었다. 이제껏 나는 내 구역이 아닌 곳에서 부정적인 감정들을 기꺼이 느껴야 했다. 그러므로 앞으로 누군가를 충고하게 되거나 조언하게 된다면 이야기를 듣고 내 의견을 전해주기만 하는 그만인 것이었다.
우리가 하는 걱정의 40퍼센트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고, 30퍼센트는 이미 일어난 것들이고, 22퍼센트는 아주 사소한 것들이고, 4퍼센트는 전혀 손쓸 수 없는 일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4퍼센트만이 우리가 정말로 걱정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쓸데없는 96퍼센트의 걱정과 불안에 사로잡혀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내면서 오늘, 현재를 즐기지 못한다는 점이 너무 와닿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 또한 그랬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여러 생각을 하다 보면 걱정은 늘 필연적으로 따라왔었다. 그럴 때마다 걱정의 크기는 시간에 비례하듯 점점 커졌다. 물론 걱정은 내가 걱정한 대로 일어나지 않았다. 허무하게도 나에게 큰 피해 없이 흘러간 경우가 더 많았었다.
무엇보다 걱정한 만큼 큰일이 생긴 때도 없었다. 큰일이었다 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직접 해결할 수 있는 걱정이 아니었다. 미리 겁먹고 우울해하며 낭비했던 시간과 에너지가 아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므로 걱정은 적당히 하는 것이 좋은 것이었다. 오히려 지나친 걱정을 하기보다는 현재를 즐기며 오늘을 잘 보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었다.
종종 사는 게 지겹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그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잔잔한 내 일상이 재미없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런 나에게 작가가 조언해 준 말 역시 인상 깊었다. 삶과 연애해 보라, 연애하는 마음으로 삶을 대하다 보면 기대와 설렘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감정들은 예상치 못한 발견과 깨달음을 준다. 그러면 무의미하고도 지루한 일상도 생기 있어진다. 조금씩 재밌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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