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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 무라세 다케시

by 굿조은 2024.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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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마지막-기차역-무라세-다케시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자신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아름다운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더욱이 넌 나약하지 않다. 진짜 약해 빠진 사람은 남 앞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지 못하는 법이거든. 넌 강한 사람이다."

"그러려면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해. 사람을 꺼리면 안 된다. 삶에서 해답을 가르쳐주는 건 언제나 사람이거든. 컴퓨터나 로봇이 아니라, 모든 걸 가르쳐주는 건 사람이다. 그러니 용기를 내서 사람을 만나봐라. 사람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

"남남이었던 두 사람이 만나고, 손을 잡고, 입맞춤을 하는 거야. 극적이라 할 만큼 거리를 좁혀가는 방식이 대단히 멋지거든. 무엇보다 무수히 많은 사람 중에서 나를 선택해 줬다는 사실이 얼마나 기쁜지 몰라."

"차가운 물을 한 모금 마시자 온몸의 갈증이 순식간에 사라지듯 세포 하나하나가 물기를 머금었다. 하지만 가슴에 떠다니는 우울한 감정만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았다."

"굴러 떨어지던 돌도 때가 되면 멈추듯이, 이 세상은 언제나 우리에게 빛나는 미래를 선사합니다. 인생이란, 참으로 얄궂지요. 언젠가 당신의 미래에 눈부신 빛이 비치기를 기원하고. 믿고. 확신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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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예기치 못한 탈선 사고로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영원한 작별을 해야 했던 사람들이 기적적으로 그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내용 전개에 있어 반전이 없어서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인물들의 역할이 하나같이 다 중요하게 작용했다. 잠깐 흘러갈 줄 알았던, 스쳐 지나갈 줄 알았던 조연이 주연으로 작용하기도 했었다. 존재하는 모든 인물이 책 속에서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특히 '유키호'라는 인물은 마지막에 소름이 돋기도 했다. 특히 마지막 장은 읽다가 눈물을 흘려야 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이야기가 제일 인상 깊었고 가장 슬펐다. 

 탈선 사고 후 그 현장에서 가까운 역에 유령이 나타나게 된다. '유키호'라는 유령인데 이 유령을 만나게 되면 당시 사고가 났던 시간으로 돌아가 보고 싶은 사람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시간의 역행을 경험하게 되기에 그에 따른 규칙이 존재하게 된다. 죽은 피해자가 승차했던 역에서만 열차를 탈 수 있다는 점과 피해자에게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려서는 안 된다는 점. 그리고 사고 났던 역을 통과하기 전에 어딘가 다른 역에서 내려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사고를 당해 죽게 된다는 점, 죽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현실은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 만약 사고를 피하고자 피해자를 하차시키려고 한다면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는 점. 생각보다 꽤 많은 규칙이 존재했다. 이 모든 규칙이 책 속에서 다 의미 있게 쓰였다. 

 결혼식을 앞두고 탈선 사고로 신랑을 잃게 된 신부 그 끝에 알게 된 임신 사실, 현장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존경하지 않았던 자식의 뒤늦은 깨달음 그리고 헤아릴 수 없는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 몇 년을 짝사랑하다 고백도 못 한 채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된 남학생 그리고 그의 고백과 그녀의 희생, 탈선 사고 당시 기관사였던 분의 아내와 그들의 사랑. 

 몰입해서 읽다 보면 내용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그들의 이야기는 현실감 있게 다가오기도 했었다. 모든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더욱 실체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첫 번째와 세 번째 이야기에서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전학을 가게 되면서 이별하게 된 남학생과 여학생이 서로를 잊지 못하고 만나게 된 것이 정말 놀라웠다. 자신이 좋아했던 학창 시절의 여학생이 고향에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에 오랜 시간 동안 고향을 지킨 그의 모습도, 고향을 떠났지만 결국 고향에 돌아오자마자 그를 생각해 낸 그녀의 모습도 정말 순수하게 느껴졌다.

 서로를 잊지 않고 긴 시간 동안 마음을 잔잔하게 유지해 온 그들의 모습이 무척 아름다워 보이기도 했었다. 누군가는 미련하다며 질책할 법한 그들의 사랑은 나에게 있어서 매우 아름답게 느껴졌다. 책 속에서 그들이 마주한 기적.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 사랑했던 사람을 마주한 기적. 그들은 그러한 기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했다. 아쉽게도 현실에서는 그러한 기적을 기대할 수가 없다. 그것은 이룰 수 없는 불가능한 기적이다. 하지만 불가능하더라도 기적은 아주 조금의 가능성을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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